층간소음을 스토킹 범죄로 처벌한 대법원 판례 요약 및 해설(2023도10313)

대법원은 2023년 12월 14일 처음으로 층간소음을 스토킹범죄로 처벌하였습니다. 오늘은 이 대법원 판결(2023도10313)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 판결이 갖는 의미에 관해서 보겠습니다.

사실관계

피고인은 김해에 있는 빌라 302호에, 피해자는 위층인 402호에 살고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평소 층간소음이나 기타 생활소음에 대하여 불만을 표시하여 왔습니다.

피고인은 2021년 10월 22일 새벽 2시쯤 자신의 집에서 도구로 벽 또는 천장을 두드렸습니다. 피고인은 이후에도 2021년 11월 27일 새벽 3시 45경까지 31회에 걸쳐 새벽시간에 도구로 벽, 천장을 치거나 음향기기를 트는 등의 방법으로 소음을 발생시켰습니다.

피해자는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소음일기를 작성하기까지 하였습니다.

  • ‘10월 22일 오전 2시 15분, 알 수 없는 도구로 벽 또는 천장을 두드려 쿵쿵 소리’
  • ‘낮 동안 끼익끼익 우퍼 소리 틀다 찬송가로 바꾸어 튼 소리’
  • ‘10월 23일 오전 0시 40분, 찬송가 끄고 스피커 소리 화장실에서 들림.’
  • ‘오전 0시 53분, 우다닥 발소리 들린 후 둔기로 벽 등을 치고 던지는 소리’

피해자는 피고인을 경찰에 신고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이 소음을 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피고인의 집에 들어갔고 집 곳곳 천장에서 패인 흔적 등을 발견하였습니다.

결국 피고인은 스토킹범죄처벌법위반죄로 기소되었습니다.

하급심 법원의 판단

피고인은 법원에서도 자신이 소음을 낸 것이 아니라고 범행을 부인하였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천장의 패인 흔적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소음을 낸 것을 인정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인에 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하였습니다.

2심 법원 역시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2023도10313)의 판단

대법원도 피고인의 행위는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2023도10313) 판결의 의미

관련 규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라. 상대방등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물건등[물건이나 글ㆍ말ㆍ부호ㆍ음향ㆍ그림ㆍ영상ㆍ화상]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등을 두는 행위
2. “스토킹범죄”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제18조(스토킹범죄)
①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국가법령정보센터)

스토킹범죄의 성립요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에서는 스토킹범죄를 ‘스토킹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은 제2조 제1호에서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는 행위 유형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상의 ‘스토킹행위’는 이러한 유형에 해당되는 행위를 상대방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정리하면, 스토킹범죄의 성립요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의 행위 유형에 해당할 것
  •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
  • 정당한 이유가 없을 것
  •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킬 것
  •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였을 것
  • 고의로 하였을 것

일반적으로 스토킹은 애정이나 애정에서 비롯된 분노가 원인이 되어 상대방에게 접근을 시도하거나 괴롭히는 것을 말합니다. 일본의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범죄의 성립요건 중 하나로 ‘연애 감정을 비롯한 호의 감정, 또는 그것이 채워지지 않은 것에 대한 원한의 감정을 충족시킬 목적’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스토킹범죄로 처벌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목적이 필요합니다.

반면 우리 스토킹처벌법은 이러한 목적을 성립요건으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애정이나 그에 관한 원한과 무관하게 스토킹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본 스토킹처벌법상의 성립요건에만 해당하면 됩니다. 이러한 면에서는 우리 법이 일본의 스토킹처벌법보다 처벌범위가 넓다고 할 수 있습니다.

층간소음과 스토킹범죄

당연히 층간소음이나 층간소음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한 행위도 스토킹범죄의 성립요건에 해당한다면 스토킹범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가 열거한 스토킹행위의 유형은 제법 다양합니다. 상대방에게 접근하는 행위, 상대방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가목), 상대방의 주거 등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나목), 우편, 전화, 문자 등을 이용하여 글, 말, 부호, 음향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다목), 상대방에게 물건, 음향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집 주변에 두는 행위(라목) 등이 스토킹행위의 유형에 해당합니다.

층간소음을 고의로 유발하는 행위는 그 자체가 상대방에게 음향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로서 스토킹행위의 유형 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층간소음에 대하여 대응하거나 항의하는 과정에서 한 행위가 위와 같은 유형 중 하나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위와 같은 행위가 있었다고 하여 곧바로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토킹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다른 성립요건도 충족이 되어야 합니다.

층간소음이나 그에 대한 대응행위의 경우 스토킹범죄의 성립요건 중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는지’,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정도에 해당하는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한 것인지’, ‘고의가 있다고 할 수 있는지’가 주로 문제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행위가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는지가 주로 문제되었습니다.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의 뜻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는 스토킹행위를 정의하면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구를 그대로 해석하면 현실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켜야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스토킹범죄가 위험범인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한 2023도6411 판결에서 이 부분에 관하여 최초로 판단을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켜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고인의 행위가 ’객관적 일반적으로 볼 때 이를 인식한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평가’될 수 있으면 이 요건이 충족된다고 보았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이전 포스팅 스토킹범죄가 위험범인지에 관한 관한 대법원 2023도6411 판결 요약 및 해설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대법원은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지위, 성향,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 태양, 행위자와 상대방의 언동, 주변의 상황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그 판단 기준도 함께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3도6411 판결).

이 사건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한 행위는 층간소음의 원인 확인이나 해결방안 모색 등을 위한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범위 내의 정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객관적, 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 충분한 지속적, 반복적 행위에 해당하므로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피고인은 층간소음 등 생활소음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수개월 동안 늦은 밤부터 새벽 사이에 반복하여 도구로 벽을 치거나 음향기기를 크게 트는 행위를 하였다.
  • 피고인의 반복된 행위로 여러의 이웃들이 이사를 가기도 하였다.
  • 피고인은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문을 열어줄 것을 요청하였음에도 ‘영장 들고 왔냐’라고 하면서 대화와 출입을 거부하였다.
  • 피고인은 주변 이웃들의 대화시도도 거부하고 오히려 대화를 시도한 이웃들을 스토킹범죄로 고소하는 등 이웃 간의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이웃을 괴롭힐 의도로 이 사건과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마치며

상대방에게 소음을 전달하는 행위는 스토킹행위의 유형 중 하나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대법원 2023도10313 판결은 위 규정에 따라 이웃 간에 일부러 소음을 일으키는 행위가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다만 대법원 2023도10313 판결의 취지가 모든 층간소음이나 보복소음이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는 취지는 아닙니다. 이 사건은 이웃들을 괴롭힐 의도로 수개월 동안 새벽 시간에 과도한 소음을 고의로 유발하고, 그에 관한 대화조차 거부하는 등 특수한 사정이 존재합니다.

다른 사안에서도 층간소음이나 보복소음이 스토킹범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나 대법원의 판단 내용을 참조하여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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