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임대를 이유로 한 유치권소멸청구에 관한 대법원 2019다295278 판결 요약 및 해설

2019다295278 판결의 판시사항

유치권은 점유하는 물건으로써 유치권자의 피담보채권에 대한 우선적 만족을 확보하여 주는 법정담보물권이다(민법 제320조 제1항, 상법 제58조). 한편 유치권자가 민법 제324조 제2항을 위반하여 유치물 소유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임대한 경우 유치물의 소유자는 이를 이유로 민법 제324조 제3항에 의하여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 제324조에서 정한 유치권소멸청구는 유치권자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채무자 또는 유치물의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대법원 2022. 6. 16. 선고 2018다301350 판결 참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24조 제2항을 위반한 임대행위가 있은 뒤에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19다295278 판결

사실관계

원고는 2018년 5월 21일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서 거주하고 있는 피고1과 그 아들, 며느리인 피고2, 3을 상대로 이 사건 부동산의 인도 및 월세 상당의 부당이득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원고가 제기한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사대금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한 유치권을 주장하면서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2007년 10월 4일부터 2012년 2 월 3일까지 피고1이 이 사건 부동산을 제3자에게 무단으로 임대하였음을 이유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하였습니다.

하급심 법원의 판단

2심 법원은 원고는 피고1의 무단임대가 종료된 후에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므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유치권자의 무단임대 행위 이후에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도 유치권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원고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고, 유치권이 소멸된 때부터의 월세 상당의 부당이득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면서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유치권소멸청구권과 2019다295278 판결의 의미

관련 민법 조문

제324조(유치권자의 선관의무)
① 유치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하여야 한다.
② 유치권자는 채무자의 승낙없이 유치물의 사용, 대여 또는 담보제공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유치권자가 전2항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유치권소멸청구권

유치권은 채권자가 다른 사람의 물건에 관한 채권을 가지면서 물건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물건의 반환을 거부할 수 있는 담보권을 말합니다. 민법은 일정한 경우 채무자나 소유자가 유치권자를 상대로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민법 제324조 3항에서 정한 유치권소멸청구권입니다.

민법 제324조 제3항에서 정한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가 민법 제324조 제1항, 제2항 본문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발생합니다.

구체적으로 보겠습니다.

유치권자는 유치물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점유할 의무가 있습니다(민법 제324조 제1항). 여기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는 자기 소유 물건에 대한 주의의무보다 높은 정도의 주의의무를 말합니다. 특정 개인의 능력이나 상황을 고려하여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집단의 평균인을 상정한 후 평균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따지게 됩니다. 유치권자가 유치물 관리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소유자는 유치권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치권자는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을 제외하고는 소유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사용, 대여, 담보제공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324조 제2항 본문). 유치권자가 소유자 승낙 없이 무단으로 이러한 행위를 한 경우 소유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유치권자의 위반행위로 유치권소멸청구권이 발생한 경우, 소유자는 유치권자에게 유치권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한 유치권소멸청구의 의사표시가 유치권자에게 도달하면 바로 유치권이 소멸됩니다. 이때부터 유치권자는 유치권을 이유로 유치물반환을 거부할 수 없고, 점유 또는 사용에 따른 부당이득도 소유자에게 반환하여야 합니다.

이번 판결의 의미

이번 판결은 유치권자의 무단임대 행위가 종료된 후에 소유권을 취득한 새로운 소유자도 과거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유치권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고 최초로 판단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2022년 6월 16일 선고된 2018다301350 판결에서 “민법 제324조에서 정한 유치권 소멸청구는 유치권자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채무자 또는 유치물의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위와 같은 판시의 연장선에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규정한 민법의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유치권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새로운 소유자의 유치권소멸청구로도 유치권을 소멸시키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타당하다는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이번에 이루어진 판시와 관련하여서는 아래와 같은 사항에 대한 대법원의 추가 판단이나 하급심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1. 우선 새로운 소유자가 행사할 수 있는 유치권소멸청구권과 위반 행위가 있을 당시의 소유자가 취득하였던 유치권소멸청구권과의 관계입니다.
    유치권자가 위반행위를 할 당시 소유자는 위반행위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취득합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새로운 소유자가 행사할 수 있는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위반 당시 소유자가 취득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승계한 것인지, 아니면 이와 독자적인 권리인지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위반 당시 소유자가 취득한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승계된 것이라면, 유치권소멸청구권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나면 제척기간 완성으로 소멸될 수 있고, 위반 당시 소유자가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포기하였다면 새로운 소유자도 이를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만약 새로운 소유자의 고유 권리라면 위반행위가 있은 지 몇년이 지났는지 등 여러 사정과 무관하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 의문의 여지도 있습니다.
  2. 대법원은 유치권자가 무단 임대한 모든 경우에 새로운 소유자가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24조 제2항을 위반한 임대행위가 있은 뒤에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새로운 소유자가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어떠한 사정이 여기의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는 지에 관하여는 앞으로의 대법원 판결이나 하급심 판결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새로운 소유자가 행사하는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자신의 고유 권리라면,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판단할 때 여러 사정을 함께 고려함으로써 위반행위를 한 유치권자와 새로운 소유자 사이의 형평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3. 다음으로는 이번 대법원의 판시가 무단임대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인지 아니면 민법 제324조 제1항에서 정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 전부와 민법 제324조 제2항의 나머지 행위에 대하여도 적용되는지 여부 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민법 제324조 제2항을 위반한 임대행위가 있은 뒤에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문언상으로는 무단임대 행위만 언급되어 있습니다. 다른 위반행위의 경우에도 이번 판시와 같은 취지가 그대로 적용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4. 마지막으로 이번 대법원의 판시가 경매로 소유권을 취득한 소유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본건 사안의 경우 원고는 매매로 소유권을 취득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원고의 소유권취득 원인을 특별히 한정하지 않았습니다. 추후 하급심에서 경매로 소유권을 취득한 새로운 소유자의 유치권소멸청구권을 비교적 넓게 인정해주는 판결들이 선고된다면, 경매에서 저가 낙찰을 받은 후 과거 유치권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등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유치권소멸을 주장하는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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