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녹음 불법이 되는 경우

‘몰래 통화를 녹음해도 불법이 아니고,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 널리 알려진 상식입니다. 그러나 통화를 상대방 몰래 녹음한 경우 항상 처벌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처벌이 가능한 경우가 있고, 이러한 경우 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오늘은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통화녹음이 불법으로 인정된 사례에 관해서 보겠습니다.

 

관련 법 조문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타인의 대화비밀 침해금지)
①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
제4조(불법검열에 의한 우편물의 내용과 불법감청에 의한 전기통신내용의 증거사용 금지)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불법검열에 의하여 취득한 우편물이나 그 내용 및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제16조(벌칙)
①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1.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

 

통화녹음의 증거 사용

전화통화는 전기통신에 해당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전기통신의 감청’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 사이의 전화통화를 녹음하는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처벌대상이 됩니다. 증거 사용도 불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전기통신의 감청’이란 ‘전기통신에 대하여 그 당사자인 송신인과 수신인이 아닌 제3자가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전자장치 등을 이용하여 통신의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1237 판결).  이러한 정의에 따라서 대법원은 ‘전화통화의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과의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통화녹음이 불법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 것은 이러한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입니다.

 

통화녹음의 불법성이 문제된 대법원 판례

특수한 장치를 사용해서 제3자가 다른 사람들의 전화통화를 엿듣거나 녹음하는 행위는 당연히 감청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실제에서는 통화자 일방이 관여되는 등 감청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에서는 감청에 해당하는지 문제되었던 대법원 사례에 관해서 보겠습니다.

 

대법원이 통화녹음을 적법하다고 판단한 경우

  • 골프장의 운영하면서 골프장 예약업무 전반을 통제, 관리하는 강원랜드가 통화 녹취 시스템을 도입하여 고객과 상담원(용역업체 직원) 사이의 전화톡음을 녹음한 사안
    – 대법원은 ‘녹취시스템은 강원랜드가 자신의 업무인 골프장의 운영을 위해 자신의 예약전용 전화선에 설치·운영한 것으로서, 결국 강원랜드는 이 사건 전화통화와 무관한 제3자가 아니라 이 사건 전화통화의 당사자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통화녹음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1237 판결).

 

대법원이 통화녹음을 불법이라고 판단한 경우

  • A가 경쟁업체 C의 고발에 사용할 목적으로 B에게 부탁하여 C에게 전화하도록 하고 통화내용을 녹음한 경우
    – 제3자의 경우는 설령 전화통화 당사자 일방의 동의를 받고 그 통화 내용을 녹음하였다 하더라도 그 상대방의 동의가 없었던 이상 감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02. 10. 8. 선고 2002도123 판결)
  • A와 B가 C와의 전화통화를 녹음하기로 합의한 후 A와 C가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 것을 옆에서 B가 녹음한 경우
    – 대법원은, A와 C가 대화 당사자이고, B는 제3자이므로 제3자가 대화장 일방의 동의만을 얻어서 녹음한 경우와 같다는 이유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도1900 판결)
  • 수사기관이 A로부터 피고인의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범행에 대한 진술을 듣고 추가적인 증거를 확보할 목적으로, 구속수감되어 있던 A에게 그의 압수된 휴대전화를 제공하여 피고인과 통화하고 위 범행에 관한 통화 내용을 녹음하게 한 행위(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도9016 판결)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구속수감된 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범행에 관한 통화 내용을 녹음하게 한 행위는 수사기관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구속수감된 자의 동의만을 받고 상대방인 피고인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그들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것으로서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 등을 받지 아니한 불법감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동거인의 휴대전화에 통화내용이 자동으로 녹음되는 앱을 설치하여 동거인과 다른 사람의 전화통화를 녹음한 경우(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다236999 판결)

 

통화녹음 공개시 주의사항

한편 통화녹음이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통화녹음을 공개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한 음성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인격권의 하나로 인정되는 음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정되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 법상 허위사실을 공표한 경우 뿐만 아니라 진실한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도 그 내용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가령 절도 범인의 범행장면과 얼굴이 촬영된 CCTV 영상을 함부로 공개하는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통화녹음의 경우에도 무단으로 공개하는 경우 사실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민, 형사상 책임을 부담할 위험이 있으므로 유의하여야 합니다.

 

결어

대법원이 통화녹음을 불법이라고 판단한 사례 중 일방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일방의 동의를 받아서 녹음한 경우에는 동의한 당사자가 직접 녹음한 경우와 똑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법원이 불법으로 인정한 사례 중 두 번째 사안의 경우 B의 입장에서는 A가 통화녹음을 하는 것을 도와준다는 생각을 가지기 쉽습니다. 자신이 C 몰래 불법적인 감청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C는 녹음에는 관여하지 않고 A가 직접 자신의 통화를 녹음하도록 해야합니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현행법상 통화녹음 자체가 부적법하지는 않습니다. 증거로 사용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방법이나 상황에 따라서는 통화녹음이 불법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또한 통화녹음 자체가 적법하더라도 공개에 따른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위험도 있습니다. 통화녹음할 할때에나 공개할 때에는 여러 법률적인 문제를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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