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의 상호침탈에 관한 대법원 2022다269675 판결 요약 및 해설

점유권자는 물건을 빼앗아간 사람을 상대로 물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204조 제1항). 점유권에 근거해서 물건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을 ‘점유회복 청구’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상대방에게 빼앗긴 물건을 내가 다시 되찾아온 것이라면 상대방이 나에게 점유회복 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상황을 점유의 상호침탈이라고 합니다. 대법원 2022다269675 판결은 점유의 상호침탈 사안에서 점유회복 청구를 할 수 있는 지에 관하여 대법원이 처음으로 판단한 사례입니다.

판결 요지

상대방으로부터 점유를 위법하게 침탈당한 점유자가 상대방으로부터 점유를 탈환하였을 경우(이른바 ‘점유의 상호침탈’), 상대방의 점유회수청구가 받아들여지더라도 점유자가 상대방의 점유침탈을 문제 삼아 점유회수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다시 자신의 점유를 회복할 수 있다면 상대방의 점유회수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점유자의 점유탈환행위가 민법 제209조 제2항의 자력구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은 자신의 점유가 침탈당하였음을 이유로 점유자를 상대로 민법 제204조 제1항에 따른 점유의 회수를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269675 판결

사실관계

피고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여 2012년부터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면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었습니다. 피고는 2019년 5월 23일 이 사건 건물에서 원고의 대표이사와 유치권에 관하여 말다툼하던 중 대표이사로부터 맞아 상해를 입었습니다. 피고는 다음 날 원고의 대표이사가 다시 찾아오자 위협을 느껴 건물에서 퇴거하였습니다. 원고는 그때부터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였습니다.

피고는 2019년 5월 29일 용역직원들을 동원하여 원고의 직원들을 내쫓고 다시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민법 제204조 제1항에 따라 점유회수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하급심 법원의 판단

2심 법원은 원고가 먼저 피고의 점유를 침탈하였으므로 피고를 상대로 점유회복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도 2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원고의 점유회복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2022다269675 판결의 의미

관련 민법 규정

제204조(점유의 회수)
① 점유자가 점유의 침탈을 당한 때에는 그 물건의 반환 및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전항의 청구권은 침탈자의 특별승계인에 대하여는 행사하지 못한다. 그러나 승계인이 악의인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제1항의 청구권은 침탈을 당한 날로부터 1년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제208조(점유의 소와 본권의 소와의 관계)
① 점유권에 기인한 소와 본권에 기인한 소는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② 점유권에 기인한 소는 본권에 관한 이유로 재판하지 못한다.

제209조(자력구제)
① 점유자는 그 점유를 부정히 침탈 또는 방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자력으로써 이를 방위할 수 있다.
② 점유물이 침탈되었을 경우에 부동산일 때에는 점유자는 침탈후 직시 가해자를 배제하여 이를 탈환할 수 있고 동산일 때에는 점유자는 현장에서 또는 추적하여 가해자로부터 이를 탈환할 수 있다.

민법(국가법령정보센터)

점유권의 특수성과 점유회복 청구

물건을 사실상 점유하는 사람은 점유권을 갖습니다(민법 제192조 제1항). 다른 적법한 원인이 없더라도 물건을 사실상 점유하기만 하면 점유권자로서 법률적으로 보호를 받게 됩니다. 점유권은 점유자가 실제 점유할 권한이 있는지 묻지 않고 현재 점유하고 있는 것 자체에 어느 정도 법적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점유권은 점유권자가 물건을 빼앗긴 경우 소멸합니다(민법 제192조 제2항 본문). 점유권자가 물건을 빼앗긴 이후에도 점유권을 유지하고 싶다면 빼앗긴 때로부터 1년 이내에 점유회복 청구를 하여 물건을 회수하여야 합니다(민법 제192조 제2항 단서).

점유회복의 소와 본권에 근거한 소의 관계

민법 제208조 제1항은 점유권에 기인한 소와 본권에 기인한 소는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쉽게 풀면 점유권에 관한 소송에서는 소유권 등 본권이 있다는 주장으로 점유권자의 주장을 방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A가 자신의 물건을 B가 가지고 있자 B의 집에서 물건을 가지고 나온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B가 A를 상대로 제기한 점유회복의 소에서 A는 자신이 물건의 적법한 소유자임을 근거로 B의 청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이는 B가 물건을 점유할 적법한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도(즉, B가 A 물건을 훔쳐간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B가 최종적으로 물건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B가 물건을 점유할 적법한 근거가 없다면 A는 소유권에 근거해서 B를 상대로 물건을 다시 돌려달라고 별도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A는 이러한 내용의 소송을 B가 제기한 소송에서 반소로 제기할 수도 있고, B가 물건의 점유를 회복한 후에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A가 제기한 소송과 B가 제기한 소송은 모두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됩니다. 판결 결과가 모순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최종적인 법률관계는 판결의 강제집행절차에서 정리가 됩니다.

점유의 상호침탈과 점유회복 청구

점유권에 근거한 소송과 본권(소유권 등)과의 관계에 관하여는 위와 같이 민법 규정이 있습니다. 그러나 점유의 상호침탈에 관해서는 민법에서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A가 점유하던 물건을 B가 빼앗아 갔고, 그것을 다시 A가 빼앗은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B가 A를 상대로 제기한 점유회복의 소를 인용한다면, A는 다시 B를 상대로 점유회복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B가 애당초 A의 점유를 침탈하였기 때문입니다. B가 제기한 소송, A가 제기한 소송 모두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되고 결국 물건은 A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B의 점유회복 청구를 인정한다면 이처럼 의미 없는 절차가 이어지게 됩니다. 학계의 다수 의견은 A의 행위가 원래 질서의 회복이라는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비경제적인 소송이 이어지게 되므로 B의 점유회복 청구를 부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반면 학계의 소수의견은 이러한 모습은 점유권 제도 자체가 갖는 속성이므로 B의 청구가 인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대법원 판결의 의미

대법원은 이번 2022다269675 판결을 통하여 점유의 상호침탈의 경우 먼저 점유를 침탈한 사람은 상대방에 대하여 점유회복 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학계의 다수의견과 같은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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