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범죄가 위험범인지에 관한 관한 대법원 2023도6411 판결 요약 및 해설

대법원은 최근 선고된 2023도6411 판결을 통하여 스토킹범죄가 위험범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스토킹범죄성립 요건 중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인지 판단하는 기준에 관하여 설시하였습니다. 오늘은 이 판결의 구체적인 내용과 판결이 갖는 의미에 관해서 보겠습니다.

대법원 2023도6411 판결 요지

[1] 스토킹행위를 전제로 하는 스토킹범죄는 행위자의 어떠한 행위를 매개로 이를 인식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킴으로써 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의 자유 및 생활형성의 자유와 평온이 침해되는 것을 막고 이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위험범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구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각 목의 행위가 객관적ㆍ일반적으로 볼 때 이를 인식한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평가될 수 있다면 현실적으로 상대방이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갖게 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스토킹행위’에 해당하고, 나아가 그와 같은 일련의 스토킹행위가 지속되거나 반복되면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
[2] 구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각 목의 행위가 객관적ㆍ일반적으로 볼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인지는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ㆍ지위ㆍ성향,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 태양, 행위자와 상대방의 언동, 주변의 상황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주요 판결

사실관계

피고인은 피해자(여, 33세)와 2009년 결혼하여 4명의 자녀를 두었으나 피고인의 가정폭력 등의 사유로 2017년 11월 이혼하였습니다. 피해자는 2021년 3월 피고인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하였고, 피고인을 상대로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하기도 하였습니다.
피고인은 2022년 10월 15일부터 11월 17일까지 한 달여 사이에 아래와 같은 행위를 하였습니다.

  1. 2022년 10월 15일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현관문 앞에서 피해자와 자녀들을 기다렸습니다.
  2. 2022년 10월 29일 피해자의 집 현관문을 발로 찼습니다.
  3. 2022년 11월 13일 피해자의 집 현관문을 발로 찼습니다.
  4. 2022년 11월 14일 자녀들만 있을 때 문을 열어 달라고 하여 피해자의 집에 들어갔습니다.
  5. 2022년 11월 17일 피해자의 집 현관문 초인 종을 수회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6. 2022년 11월 18일 피해자의 집 건물 앞 마당에 드러 누었습니다.

하급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피고인이 한 행위는 모두 피해자에게 현실적으로 불안감, 공포심을 일으켰으므로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심 법원의 판단

2심 법원도 1심 법원과 같이 피고인의 행위가 모두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그 이유는 약간 달랐습니다. 2심 법원은 ‘피해자에게 현실적으로 불안감, 공포심을 일으키지 않아도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에게 불안감, 공포심을 일으키기 충분한 행위에 해당하면 스토킹범죄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2심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모두 객관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공포심을 일으키기 충분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도 2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불안감, 공포감을 느꼈는지와 무관하게 ‘객관적, 일반적으로 볼 때 이를 인식한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스토킹행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피고인이 한 행위 중 1번부터 4번까지는 개별적으로는 객관적, 일반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 충분한 정도의 행위라고 보기 어렵지만, 이러한 행위를 누적적, 포괄적으로 보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행위로 평가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23도6441 판결의 의미


이번 대법원 판결은 두 가지 부분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스토킹범죄가 위험범인지 여부

침해범, 위험범이란

법이 어떤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하는 이유는 법적으로 보호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형벌로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을 보호법익이라고 합니다.

범죄는 여러 기준으로 분류해볼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범죄 성립에 보호법익이 현실적으로 침해될 것이 요구되는지 여부입니다.

침해범은 보호법익이 현실적으로 침해되어야 성립하는 범죄를 말합니다. 가령 살인죄는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범죄입니다. 살인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생명이 침해되어야 하므로 살인죄는 침해범 중 하나입니다.

위험범 중 하나인 구체적 위험범은 보호법익이 실제로 침해되지 않았더라도 침해할 현실적인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 성립하는 범죄를 말합니다. 가령 형법상의 일반물건방화죄의 경우 형법은 일반물건을 불태워 “공공의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에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형법 제167조). 일반물건방화죄은 사람들의 생명, 신체나 재산에 현실적으로 피해를 끼치지 않더라도 그러한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구체적 위험범 중 하나입니다.

위험범 중 하나인 추상적 위험범은 한발 더 나아가 현실적 위험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하면 보호법익의 실제 침해 여부나 침해 위험 발생 여부를 묻지 않고 범죄가 성립합니다. 가령 형법상의 비밀침해죄는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또는 도화를 개봉한 자”를 처벌하고 있습니다(형법 제316조). 비밀장치를 한 편지 등을 개봉한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비밀이 침해되었는지 여부, 비밀이 침해될 위험이 발생하였는지와 무관하게 비밀침해죄가 성립합니다. 비밀침해죄는 추상적 위험범 중 하나입니다.

어떠한 범죄가 침해범인지 위험범인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협박죄”의 경우도 침해범인지 위험범인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2007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 협박죄가 추상적 위험범이라고 그동안의 논란을 정리하였습니다(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7도606 전원합의체 판결).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2명의 대법관이 협박죄를 침해범으로 보아야 한다고 소수의견 의견을 밝힐 정도로 침해범인지 위험범인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스토킹범죄의 경우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1.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중략>
2. “스토킹범죄”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토킹행위에 관해서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를 정의하면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문언만을 보면 스토킹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도는 공포심이 일으켜야만 한다고 해석할만한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느끼는 기준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인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느낄만한 상황에서도 별다른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반인보다 훨씬 민감하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스토킹범죄를 침해범으로 해석하게 된다면 피해자의 성향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느꼈는지 판단할 객관적인 척도도 마땅치 않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하여 처음으로 스토킹범죄가 위험범에 해당한다고 분명히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스토킹범죄는 상대방이 현실적인 불안감 또는 공포감을 느꼈는지와 상관 없이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서 스토킹범죄를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피고인이 한 행위가 객관적, 일반적 관점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접근행위에 해당하는지만 고려되고, 피해자가 실제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느꼈는지는 크게 문제되지 않게 되었습니다(대법원 판결 내용을 고려하면 스토킹범죄는 위험범 중에서도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인지 판단하는 기준

    판단 기준

    대법원은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인지 판단하는 기준도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ㆍ지위ㆍ성향,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 태양, 행위자와 상대방의 언동, 주변의 상황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단순히 행위의 내용만을 놓고 판단해서는 안되고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누적적, 포괄적 평가

    대법원은 위와 같은 판단 기준을 설시한 후 당해 사건에 대한 판단을 하였는데, 당해 사건에 대해서 판단하면서 밝힌 이유 중에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네 자녀의 양육과 관련하여 평소 적지 않은 교류가 있었던 사정, 첫 번째 범행 직전에는 피해자의 요청으로 피고인이 피해자 주거지의 누수 및 변기 공사 등에 관여하였고 피고인이 주말에는 자녀들을 할머니 집으로 데려갔다가 오기도 하였으며 평일에도 술을 마시지 않은 상황이라면 피고인이 자녀들을 보러 집에 찾아오는 것에 대해 피해자가 문제 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사정, 피해자도 피고인이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오면 언제든지 받아줄 수 있고 그 경우에는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낀 적이 없다고 진술한 사정 등을 근거로 앞서 본 피고인의 행위 중 1번부터 4번까지의 행위는 객관적, 일반적으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기 충분한 정도의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가족 등에 대하여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스토킹행위는 그 행위의 본질적 속성상 비교적 경미한 수준의 개별 행위라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가 반복되어 누적될 경우 상대방이 느끼는 불안감 또는 공포심이 비약적으로 증폭될 가능성이 충분한 점, 피고인이 1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 피고인 스스로도 스토킹행위임을 인정하는 나머지 행위에까지 나아가 반복한 것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수차례 반복된 1번 부터 4번까지의 행위는 누적적ㆍ포괄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일련의 행위로 평가할 수는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개별적으로는 스토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경미한 행위이더라도 누적적, 포괄적으로 보아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면 전체의 행위가 스토킹범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마치며

    스토킹범죄에 관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스토킹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피해자가 현실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감을 느꼈는지 고려할 필요가 없고, 스토킹행위 해당 여부도 누적적, 포괄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스토킹범죄의 성립 범위가 더욱 넓어 졌고, 피해자를 보다 투텁게 보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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