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약금 반환 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2다247187 판결)

가계약금은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는 용어는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가계약금은 부동산 등에 관한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매수인이나 임차인 등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 체결 의사를 밝히면서 지급하는 소액의 금전을 말합니다. 가계약서 등 구체적인 서면 작성 없이 수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계약금을 주고받은 이후 일방이 단순 변심 등의 사유로 계약체결을 거부하는 경우 가계약금을 몰취하거나 배액을 반환하여야 하는지 문제가 됩니다.

오늘은 계약체결이 무산된 경우 가계약금 반환의무가 있는 지에 관하여 어떠한 법률적인 문제가 있었는지를 보고, 가계약금에 관한 분쟁 해결의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2022다247187 판결에 관해서 검토하겠습니다.

 

결론 요약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삼기로 별도로 약정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계약금은 반환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 민법 규정

민법

제565조(해약금)

①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가계약금 반환의무가 문제되는 이유

가계약금 반환 문제에 관해서 보기 위해서는 계약금에 관한 민법 규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약금은 법률적으로 여러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해약금으로서의 성격입니다. 민법은 제565조 제1항에서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체결한 쌍방은 계약에 구속됩니다. 일방이  마음대로 계약의 효력을 없앨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민법 제565조 제1항의 해약금 규정은 이러한 원칙의 예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계약금을 주고받으면서 다르게 정하지 않았다면, 상대방이 계약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계약금의 배액을 반환하면서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즉, 돈을 지급한 매수인, 임차인 등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돈을 수령한 매도인, 임대인 등은 받은 계약금에다가 자신의 돈을 그만큼 추가로 주면서 계약의 효력을 없앨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계약금은 법률에 별도의 근거가 없고, 실생활(특히 부동산거래)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입니다. 주고 받을 때에도 계약이 무산될 경우 반환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아무런 약정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 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계약금을 일종의 계약금으로 보건, 계약금의 일부라고 보아 해약금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습니다.

 

가계약금 반환에 관한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2다247187 판결 내용

대법원의 판시사항

가계약금에 관하여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약정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에 비추어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음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2다247187 판결).

 

사실관계

원고(임차인)는 피고(임대인)과 아파트 임대차계약에 관한 교섭과정에서 가계약금 300만 원을 지급하였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개인사정으로 임대차계약 체결을 중단하였고, 피고에게 가계약금의 반환을 청구하였습니다. 피고는 가계약금은 해약금이므로 몰취한다고 주장하면서 반환을 거부하였습니다.

 

2심 법원의 판단

2심 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는 경우 가계약금 교부자가 계약 체결을 포기하는 경우 가계약금은 상대방에게 몰취된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가계약금 반환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사자 사이에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는 약정이 있었음이 명백히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가계약금을 몰취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명백한 약정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확인하지 않고 결론을 내린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대법원 2022다247187 판결의 의미와 가계약금 반환

대법원이 ‘가계약금은 해약금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도 ‘약정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에 따라 가계약금이 해약금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시내용에는 주목하여야 할 두 가지 부분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입증책임에 관한 부분입니다.
2심 법원은 다른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가계약금은 해약금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해약금으로 보기 위해서는 해약금 약정을 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어찌보면 비슷한 의미인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이는 입증책임 문제와 관련해서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2심 법원은 원칙적으로 가계약금은 해약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해약금이 아니라는 특별한 사정은 가계약금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가 입증하여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반면 대법원은 가계약금이 당연히 해약금 성격을 갖는 것은 아니므로 몰취를 주장하는 쪽이 해약금으로 약정하였다는 사정을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입증의 정도에 관한 부분입니다.
대법원은 ‘~ 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표현하지 않고 ‘~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음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 한다’하고 표현하였습니다. 굳이 ‘명백하게‘라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대법원은 ‘약정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 제반 사정을 두루 보아서 약정의 존재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이러한 판시에 따르면 개별사안에서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높은 정도의 입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가계약금에 관한 이번 대법원 판결을 한 줄로 정리하면, ‘몰취하고 싶은 사람이 해약금 약정임을 명백하게 입증해라‘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명시적으로(즉 서면이나 구두로 명확히 표시한 경우) 약정한 경우에만 해약금으로 인정된다’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므로, 개별 사안에서 (묵시적인) 해약금 약정이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입증의 정도와 관련하여서도 어느정도가 ‘명백하게’ 입증을 한 것인지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나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여전히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일부의 주장과 같이 ‘가계약금을 지급하였다가 계약을 포기한 경우에 당연히 가계약금을 반환받지 못한다’는 주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맞지 않는 주장입니다. 오히려 ‘가계약금은 원칙적으로 반환받을 수 있는 돈’이라는 표현이 이번 대법원 판결에 부합하는 표현입니다. 만약 단순히 가계약금이라는 이유로 몰취당한 적이 있으시다면 이번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반환이 가능한 지 검토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추후 가계약금과 관련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고받는 가계약금의 성격을 문자 등 적당한 방법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Q&As

Q: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대차계약이 문제된 사안인데, 매매계약에도 그대로 적용되나요?
A: 대법원의 판시 내용은 임대차계약의 가계약금에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매매계약에도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Q: 부동산을 매도하기로 하고 가계약금 받았다가 파기하면서 배액배상하였습니다. 추가로 돌려준 부분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대법원의 판결의 취지는 해약금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명백하게 입증을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해약금임을 명백하게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추가로 반환한 부분을 반환청구할 수 있습니다.

Q: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가계약금을 몰취당했는데 지금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소멸시효(원칙적으로 10년, 한쪽이 주식회사이거나 상인인 경우에는 5년)가 완성되지 않았다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파기하거나 몰취 당하는 과정에서 반환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만한 사정이 있다면 그 부분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특별한 사유 없이 변심으로 계약체결을 안한 경우에도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의 사안도 매수인이 개인 사정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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